에디트 슈타인과 중세 스콜라철학의 수용
지은이 : 이은영

가톨릭출판사 | 2014-04-15

 

1950년 네덜란드 관보(官報)는 강제 이송된 모든 유대인의 리스트를 공표했다. 그 리스트 번호 34에 <번호 44074, Edith Teresia Hedwig Stein, 1891년 10월 12일 브레슬라우(Breslau)에서 출생, 에히트(Echt)에서 1942년 8월 9일 사망>이라고 공표되었다. 후설의 뛰어난 제자로서 교육과 여성, 그리고 인간의 문제 등을 연구하면서 진리의 길을 추구하였던 슈타인이 아우슈비츠 가스실에서 학살되었다는 사실에 세상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이러한 슈타인 사망에 대한 놀라움과 슬픔은 1998년 10월 11일 성인품(聖人品)에 오르면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공식적인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슈타인에 대한 저서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그 흐름이 이어져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글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슈타인의 생애와 순교에 집중되어 있거나 또는 가톨릭교회에서의 성녀로서만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슈타인의 철학적인 사상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슈타인의 철학적 영역에서 넓은 파급력과 그 사상적 착상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미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슈타인 사상에 대한 의미를 본 글을 통하여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출발한다. 또한  현재 전집(ESGA) 25권으로 재간행되고 있는 슈타인의 철학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서, 또는 그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본 글이 슈타인의 사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모두 세 편의 글로 구성된다. 제 1장에서는 현대 현상학과 중세 스콜라철학의 연관성을 현대 철학자 에디트 슈타인의 시각에서 조명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후설의 『논리연구』를 통하여 후설과 ‘더불어’ 현상학에 전념했던 슈타인이 왜 후설과 사상적 차이를 가지게 되었는가? 이다. 다시 말해서 왜 슈타인은 현대의 후설에서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로 철학적 여정을 진행시켰는가? 에 대한 논의로 진행된다.


제 2장에서는 슈타인의 인간학에 드러난 토마스 아퀴나스의 영향을 추적함으로써 그녀의 인간학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토마스 아퀴나스의 영향권에 머물러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 탈피하여 홀로 서기를 하고 있는가를 밝혀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작업을 통하여 현대철학자 슈타인의 철학에 내재한, 중세의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와의 연관성을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현대 인간학과 중세의 인간학의 가교를 슈타인의 인간학에서 조명한다.


제 3장에서는 그 이름만으로도 신화적이고 비과학적이며 관념론적이라 평가했던 형이상학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반형이상학적 학문들과 이론들의 결과가 기계문명으로 인한 자연의 파괴, 인류 정신문화의 황폐 등으로 ‘인간성상실’ 시대에 봉착하게 되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슈타인은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와 현대의 후설 양자 간의 연관성을 통하여 자신의 형이상학적 위치를 지정한다. 우선 후설 현상학을 ‘주체에로의 전회’라는 표현을 통하여 관념론적 현상학으로 규정하며 비판한다. 후설의 현상학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그녀는 중세 토마스 아퀴나스의 존재론을 제시하며 이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형이상학을 정초한다. 그렇다면 과연 슈타인은 토마스주의자인가? 라는 물음을 제기하면서, 슈타인의 형이상학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존재론을 수용하지만 ‘과정을 중시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는 ‘발전한다는 측면에서의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토마스주의자와는 구별됨을 드러낸다. 이러한 슈타인의 독창적 형이상학은 한편으로는 현대의 결과중심주의 사회에 과정을 중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과 우리의 삶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형이상학에 대한 비판점을 극복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감정을 인간 존재 접근의 유효한 방안으로 제시함으로써 인간성 상실 시대에 ‘인간적 소통’을 가능케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는 점을 조명한다.


분명 중세와 현대의 관계는 서양사 연구자들 뿐 아니라 서양철학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직까지 덜 해명된 연구 영역중 하나이다. 중세와 근대, 그리고 근대와 현대는 근래에 들어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중세철학과 현대철학을 연관시키는 밀도 있는 연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현대철학이 바로 그 이전 시대인 근대철학에 의해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현대철학의 주요한 개념들과 사고의 특징들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복잡한 발전과정 속에서 서서히 준비되어 왔다. 그러나 중세철학과 현대철학의 역사적 관련성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또한 중세철학과 현대철학의 관련성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 중세철학과의 연관성 안에서 발생하였으되 그것을 ‘극복’ 또는 ‘수용’하며 등장한 현대철학의 참된 역사적 의의를 온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필자는 현대 철학자 에디트 슈타인(Edith Stein, 1891-1942)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그녀의 철학 안에서 중세 스콜라철학이 수용된 점을 고찰하고 그러한 수용이 현대철학, 그 중에서도 특히 현대 현상학과는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하여 조명하려는 본 글이 철학자 에디트 슈타인을 알리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ㅇ 목 차

 

제1장 왜 에디트 슈타인인가?
후설과 더불어, 후설을 넘어서 … 13

1. 왜 에디트 슈타인인가? … 14
2. 슈타인과 후설의 공통된 위기의식 … 21
2. 1. ?19세기에 하나의 흐름이던 심리학주의와 관념론에 대한 위기의식 … 21
2. 2. 슈타인의 실재론적 현상학 : ‘전적으로 열려 있는 눈’ … 25
2. 3. 『논리연구』와 괴팅겐학파 … 29
3. 슈타인과 후설의 감정이입에 대한 이해와 교차점 … 32
4. 슈타인과 후설의 차이점 - 존재와 본질의 문제 … 39
5. 맺음말을 대신하며 … 48



제2장 왜 에디트 슈타인인가?
토마스 아퀴나스와 더불어,토마스 아퀴나스를 넘어서 … 55

1. 들어가는 말 … 55
2. 토마스 아퀴나스의 인격론과 슈타인의 인격론 … 61
3. 슈타인 인격론의 스콜라철학 수용 … 64
3. 1. 본질에서 존재를 포괄하는 완결된 전체 … 64
3. 2. 자기 행위에 대한 지배권 … 68
4. 슈타인의 인격론의 현대적 의미 … 73
5. 나가는 말 … 80



제3장 왜 에디트 슈타인인가?
스콜라철학과 현상학을 넘어서 … 87

1. 형이상학 논쟁의 개관과 문제제기 … 87
2. 슈타인의 후설에 대한 연구 … 93
3. 슈타인의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한 연구 … 103
3. 1. 형상과 질료 … 104
3. 2. 존재와 본질 … 109
4. 결론을 대신하여 …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