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신문 2013년 2월 10일자 발췌]

 

 수도생활 37년째, 1993년 계간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한 지도 올해로 꼭 20년 세월이다. 가르멜 남자 수도회 마산수도원 김석영(예수 마리아의 요셉, 사진) 수사의 꿈은 언젠부턴가 '시를 쓰듯 수도생활을 하고 수도를 하듯 시를 쓰는' 것이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여정을 따라 걸어온 수도의 길과 시작(詩作)이 최근에 만나 '꽃처럼' 아름다운 시집으로 나왔다. 「꽃노래」라는 표제의 창작 시조집이다.

 "시조시를 쓴다는 것은 수도생활을 하는 것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 이름을 위해 둘 다 목숨처럼 소중이 지켜야 하는 율(律)이 있고, 그것 안에서 누리는 자유와 아름다움과 보람이 크다는 면에서 그렇지요."

 시조 창작을 수도생활에 비유하는 김 수사의 시조시론이 아주 재밌고 또 공감대도 생긴다. 시간전례(성무일도)를 통한 기도와 노동을 병행하는 수도생활과 통상 4음보 율격으로 구성되는 3장으로 된 짤막한 단형시 창작의 길이 유사한 듯도 싶다.

 수도자이기에 관구장 이돈희(보니파시오) 신부의 허락을 받아 등단 20년 만에 나온 시조집은 수도생활과 일상 삶에 대한 수도자 특유의 따뜻한 사랑과 시선이 녹아 있는 시조 188수를 실었다. 1부 '꽃노래'가 꽃을 주제로 한 연작시 51수를 담았다면, 2부 '세상살이 노래'는 글자 그대로 인생살이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시 30수를 수록했다. 또 3부 '이방인의 노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머물던 시기에 쓴 작품 25수를, 4부 '구도자의 노래'는 수도자로서 영원한 진실을 기리며 부른 신앙시 82수를 한데 모았다.

 "꿈결에 놓쳐버린/반평생이 허망하듯//매일 시작(詩作) 다짐하던/천일 기도(祈禱)도 작심삼일//시(詩) 한 수/못 건져내고/흘려버린 오백 날."('천일기도 오백일째' 전문)

 김 수사의 시조를 읽다보면, '하느님과의 친교'를 잇고자 끊임없이 정진하는 수도생활과 일상 순간이 어떻게 시로 드러나는지, 시의 언어가 어떻게 수도생활 내지 우리네 삶과 잇닿아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수도생활의 편린들이 저마다 에피소드를 품은 채 흩뿌려지고 꽃이 돼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만큼 진솔하다는 뜻도 되고, 꾸밈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수도자로서의 치열한 삶과 뜨거운 내면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형상화되고 있다는 건 시인의 언어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힘인듯 싶다.

 그럼에도 김 수사는 "지금 되돌아보면 결국 수도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시도 옳게 못 쓰는 모습이 부끄럽다"고 고백한다.(불휘미디어/1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