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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9 12:29

창립사 19장 4절 ~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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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 집은 넓고 엉망진창인데다가 다락방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성체의 마리아 자매는 학생들과 옥신각신하던 일이 머리에 꽉 차 있었습니다. 그들은 집을 비워주고 나가야 하는 것에 무척 화를 낸 까닭에, 한 사람쯤 어느 구석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숨으려면 얼마든지 안성맞춤인 자리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럴 듯도 한 일이지요.

 우리 둘은 짚을 잔뜩 넣어 둔 방으로 갔는데, 이것은 수도원을 창립할 적마다 제일 먼저 사들이는 것입니다. 짚만 있으면 잘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날 밤에도 빌려온 두 장의 담요를 두르고 짚 위에서 잤습니다. 다음 날, 우리 수도원 창립으로 인해 언짢은 기분을 갖지나 않을까 염려되던 이웃 수도원의 수녀님들이 우리 생각과는 달리 나중에 오는 자매들의 침구를 빌려 주셨고, 그뿐만 아니라 적선까지 하셨습니다. 그 수녀들은 성녀 엘리사벳을 주보로 모시는 회인데, 우리가 그곳에 있을 동안 여러 모로 친절을 베풀어 주셨고 수없이 적선도 많이 해 주었습니다.

 5. 성체의 마리아 자매는 그 방에 들어가 보고 겨우 학생들에 대한 의심쩍은 마음을 좀 가라앉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늘 겁에 질린 눈으로 주위를 둘레둘레 살펴보았습니다. 악마는 내게까지 불안을 품게 하려고 별의별 괴상한 생각을 그녀에게 품게 한 것 같습니다. 원래 나는 심장이 약해 하찮은 일에도 무서워하는 편입니다. "무엇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겁니까? 아무도 여기에는 둘어오지 않습니다." 하니, "우리 어머니, 내가 갑자기 여기서 죽으면 우리 어머니는 혼자서 어떻게 하지요?"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그렇게 된다면 난처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라 나도 좀 생각에 잠기게 되었고 무서운 감이 들었습니다.

 나는 시체는 무섭지 않지만 그것을 볼 때엔 혼자가 아니라도 심장에 그 어떤 것을 느끼는데 때마침 울리는 망종의 울림도 -아까 말한 대로 위령의 날 전날 밤이었으니까- 거들어, 악마는 이렇게 유치하기 짝이 없는 생각으로 우리를 겁내게 했습니다. 사실 악마는 누가 자기를 무서워 한다는 것을 눈치 채면 다른 꾀도 부립니다. 그래서 나는 "자매여, 그건 그때 가서 봅시다. 지금은 어쨋든 잡시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 전 이틀 밤이나 고생한 끝이라 졸려서 무서운 생각마저 달아나버려 잘 잤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다른 수녀들이 왔으므로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6. 나는 아빌라의 엔까르나시온 수도원으로 이동되어 똑똑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 집에서 공동체는 거의 3년인가 4년 살았습니다. 나는 수녀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규율 잡힌 가운데에서 잠심에 감싸인 분위기를 뿜는 완전한 수도원이 되기 전에 내 스스로 그곳을 떠나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또 그렇게 하지도 아니했습니다. 하느님은 이 모든 창립에 즈음하여, 나에게 큰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솔선해서 일을 시작하는 기쁨을 맛보았으며, 자매들이 고요중에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온갖 점을 유의하면서 정돈하고, 마치 내 평생을 그곳에서 지낼 듯 세심한 정성을 다할 수가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다해 놓고, 자매들을 그곳에 두고 떠날 때 진정 흐뭇했습니다.그런데 이곳 자매들이 여러 모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모릅니다.

 그녀들의 식생활이 그렇게 구차한 편은 아니었지만(살라망까의 수녀원은 적선을 받을 수 없는 변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어딜 가든지 간에 그녀들의 생활을 돌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수녀원이 건강에 적당하질 못했습니다. 습기가 많고 추운 데다가 너무 집안이 넓어서 어떻게 손질을 할 수가 없었고, 가장 언짢은 일은 성체를 모시지 못한 것이니, 이건 참으로 좁은 봉쇄 생활을 하는 이에겐 그지없는 불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매들은 조금도 불평 없이 무슨 십자가인들 즐겨 참아 나갔으며, 오로지 주님을 찬미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녀들 중 어떤 영혼은 이사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불완전이라 믿었고, 성체만 모실 수 있다면 이 집에서도 넉넉히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7. 그녀들의 덕행과 당하고 있는 시련을 보고 감동하신 우리의 웃어른께서는 나를 엔까르나시온 수도원에서 살라망까로 다시 보내수셨습니다.(주:1573년 8월). 이미 수녀원측과 어느 귀족 사이에 집 한 채를 양도받기로 계약되어 있었지만, 그 집 꼴이 말이 아니어서, 입주 전에 4듀깟이나 들여야만 했습니다. 그 집은 귀족의 상속 재산의 일부인데, 집 임자는 임금님의 허가가 나기 전이라도 그 곳에 이사하여 담을 쌓아도 괜찮다는 허락을 주었습니다. 나는 전에 말한 대로 여러 곳의 창립에 함께 가주시는 아빌라의 율리아노 신부님과 집을 보러 가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험으로 터득한 바가 많았던 것입니다.

 8. 우리가 거기에 간 때는 8월이었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서둘렀지만, 그래도 성 미카엘 축일까지 그전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는 집을 빌리고 빌려 주고 하는 시기였는데, 새 집 수리는 미처 마치지 못한데다가, 살던 집의 계약을 일 년 더 연장시키지 않아서 벌써 다른 사람이 그 집에 들려고 우리에게 하루 속히 나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성당 벽칠은 거의 끝났는데 집을  판 귀족은 안계시고, 또 너무 빨리 그리로 옮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충고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사정은 다급한데 응급 대책이 서지 않는 조언 따위를 받들 수는 없었습니다.

 9. 우리가 이사한 날은 성 미카엘 축일 전날 새벽녘이었고, 축일 당일에는 성체를 모시고, 이어 강론도 있다는 것을 발표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섭리로 이사하는 날 오후에 어떻게나 비가 쏟아지는지 필요한 물건을 나르는 데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게다가 겨우 마친 성당은 지붕을 잘못 이어서 방 안에 온퉁 비가 샐 지경이었습니다. 딸들이여, 참으로 그날 나는 불완전했습니다. 예식이 있다는 발표는 이미 다 해 노았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주님께 이런 일을 시키지 마시든지 그렇지 않으면 이 곤경에서 구해 주시든지 하시라고 짜증을 부렸으니 말입니다.

 착하신 니꼴라스 구띠에레즈 씨를 보니,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양 평소와 조금도 다름없이 침착한 가운데 하느님께서 만사를 잘 안배하실 터이니 너무 염려치 말라고 고요히 나에게 말씀했습니다. 그리고 과연 그대로 되었습니다. 성 미카엘 축일에 사람들이 모여들 무렵, 맑게 갠 하늘에 눈부시게 빛나는 햇빛을 본 나는 그 얼마나 경건한 감회에 젖었는지요. 그리고 그렇게도 안달복달하던 나보다 주님께 굳은 미쁨을 가진 이 거륵하신 분이 월등하게 현명하시었다는 것을 사무치게 느꼈던 것입니다.

 10. 많은 참석자들이 모인 속에서, 고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장엄하게 성체를 모셨습니다. 좋은 장소에 수도원이 자리 잡은 탓인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공경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몬때레이 백작 부인 도냐 마리아 삐맨땔과 시장 부인 도냐 마리아나께서는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성체를 모시고 사는 우리의 기쁨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듯, 집주인이 어떻게 할 수 없을정도로 노발대발해 왔습니다. 우리는 다 약속대로 했는데 그는 마치 귀신들린 사람처럼 이치에 맞는 말엔 귀를 기울이려고도 하지 않으니, 아무리 설명한들 소용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몇 사람이 타일러 주신 덕분으로 마음이 좀 가라앉기는 했으나 즉시 또 생각이 바뀌어 야단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럼 집을 도로 물려주겠다고 해도 그것은 원치 않고 다만 돈을 즉시 다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은 이 집은 부인의 것으로서 부인은 두 딸을 여의어야(출가)하기에 집을 팔려고 임금님께 허가를 신청한 것이었습니다.

 11. 난처한 일은 그때부터 이미 3년이나 되었으나 여지껏 끝을 맺지 못해 과연 이집을 쭉 수도원으로 쓰게 될는지, 도대체 이 싸움이 어떻게 결말지어질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습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한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12. 주님께서 창립하신 원시 회칙을 지키는 수도원치고 이곳 수녀들처럼 막심한 시련을 겪은 곳은 또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이곳 자매들은 참으로 뛰어난 영혼들이라 온갖 것을 기쁘게 참아 견디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지존하신 주님은 그녀들을 더욱더 진보케 하시옵기를. 좋은 집을 차지한다든가 그렇지 못한다든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니까요. 온 세상의 주님께서 집이라고는 가져보시지 못했으니 차라리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집에 산다는 것이 오히려 큰 기쁨이지요. 여러 수도원 창립 이야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는 몇 차례나 셋집에 살았지만 그것을 못마땅히 생각하는 자매는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음을 나는 단언합니다. 하지만 지존하신 주님의 무한하신 자비와 자애로 영원한 집에서의 삶만은 꼭 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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