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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런 덕 외에도 많은 덕행을 가지신 분이고, 여자들과 사귀는 것을 크게 질색하는 극히 순결한 영혼인 까닭에 세속이 어떻다는 것을 깨우쳤고, 이를 버릴 은총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수도원에 들어갈까 하고 여러 방면으로 알아 보았지만 자기에게 맞는 회가 없었다고 내게 이야기하셨읍니다.

 

마침 이 때 세빌리아 근처의 엘 딸돈(EL Tardon)이라는 은둔처에서 몇 명의 은수자가 마테오 신부라는 퍽 거룩하신 분의 지도를 받으면서 함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읍니다. 그들은 각기 자기 수실(독방)을 가졌으나 성무일도는 읊지 않고 공동으로 기도소에 모이는 때는 미사때 뿐이었읍니다. 연금도 없고, 적선을 받지도 않았으며, 각자 손수 하는 일로 벌이하여 생계를 이루고, 식사도 각각 혼자서 거칠고 가난하게 먹는 것이었읍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우리 회의 거룩한 사부들의 모습을 어렴풋이 보는 듯했읍니다. 하나 트렌트 공의회에서 은수자는 이미 존재하는 어떤 수도회에 가입하게 되어 있었으므로, 엘 딸돈의 은수자들을 위해 지금과 같은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는 허가를 신청하러 로마로 가시려는 참이었읍니다. 내가 뵌 때는 바로 이런 생각을 하시고 계신 때였읍니다.

 

 

9. 은수자들의 생활 양식을 듣고, 나는 우리 원시회칙을 보이면서, 그렇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그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우리 회칙이 바로 그것과 꼭 같다는 것을 말씀드렸읍니다. 특히 신부께서 제일 마음이 솔깃해 한 것은 손 일을 한다는 의무가 서로 공통점이 되어 공감을 이루었던 것입니다.

 

세상을 망치고 수도자로 하여금 업신여김을 당하게 하는 것은 물질에 대한 욕심이라 하셨는데,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으므로 우리는 그 즉시 이 점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점에 이르기까지 의견의 일치를 보았읍니다. 그래서 나는 깔멜회의 수도목을 입으시면 하느님께 큰 영광이 되시겠다는 많은 이유를 들어 설명드렸고, 신부님은 하룻밤 잘 생각해 보시겠다는 약속을 하셨읍니다.

 

거진 결심한 것 같아서, 나는 그제서야 기도중에 수도원 창립 보다 더 중대한 일이 있을 것이라는 주님의 그 말씀의 뜻을 깨쳤던 것입니다. 나는 여간 흐뭇하지 않았읍니다. 이 은수자가 우리회에 입회하게 되면 주님은 큰 영광을 받으시게 될 터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원하신 주님은 그날 밤, 그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으셨읍니다.

 

다음 날 아침 부르기에 가 보니 입회 결심을 단단히 하고 계셨읍니다.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더구나 한 여성의 영향을 받아 온전히 뒤바뀐 생각에 자신도 놀라고 계셨읍니다. 이 말씀은 지금도 자주 하시지요.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놓으시는 분은 오직 홀로 주님이신데도, 마치 그 여인이 원이나 되는 것처럼‥‥ .

 

 

10. 하느님의 깊고 그윽하신 생각! 오랜 세월을 두고 자기 길을 가리지 못하였던 마리아노 신부는 (엘 딸돈의 은수자들은 서원을 발하지 않고, 은수 생활을 하는 것밖엔 의무가 없었으므로 수도 생활은 아니었읍니다.) 갑자기 하느님의 빛을 받아 깔멜회에 들어가면 주님의 영광에 더 좋은 봉사를 할 수 있고, 지존하신 주님도 시작한 이 사업에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쳤던 것입니다.

 

참으로 그의 협력은 우리에게 더 없는 힘이 되었읍니다. 그 때문에 지금도 무척 고생하하시고 계십니다만 - 현재 일어나고 있는 원시회칙에 대한 반박과 반대를 미루어 생각할 때 -  이 모든 사정이 잘 되기까지 숱한 고초를 겪으셔야만 할 것 같읍니다. 높고 뛰어난 그의 학식과 견식, 수완과 성덕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지니고 계시므로, 그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호의를 우리 편에 이끌어 주고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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