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일 강론


오늘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서의 활동을 마치시고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떠나십니다. 그런데 유다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의 일행을 맞아들이지 않자, 야고보와 요한은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환영하지 않고 배척하는 그들에게 벌을 내리려는 제자들을 예수님께서 꾸짖으십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겠지만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분노하고 보복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길을 걷던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르겠다는 사람들에게 몇 가지 말씀을 하십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복음 선포를 위해서, 하느님 나라를 위해 보금자리마저 포기하신 예수님의 삶을 드러내시는 말씀입니다. 누구나 편안한 삶을 바라지만 그보다 더 큰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찾기 위해 세상의 안위마저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어서 아버지의 장례마저 죽은 이들에게 맡기라고, 또한 가족들과의 작별 인사도 포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부모에 대한 효와 가족에 대한 정 마저 끊으라는 요구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연연해하지 않을 때 복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온갖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지나침을 경계해야 합니다.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때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복음 말씀을 깨우쳐 살아갈 수 있고 참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내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내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보금자리를 비롯해 세상을 살면서 필요한 것들이 많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을 넘어 세상에 빠져들면 나 자신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며 도리를 다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도가 지나쳐 서로에게 부담과 짐을 지우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웃들을 돌보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사람에 대한 집착으로 오히려 인간관계에 화를 자초하곤 합니다. 무엇이나 넘치듯 지나친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모자라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존중한다면 서로가 편해질 것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휴식을 통해 나 자신을 찾아보면 참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소중한 가족에게 바라는 것보다 나 자신이 되어주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입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은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돌보는 것입니다.


제자리를 찾는 것이 복음의 요구이며 복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가르침을 묵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