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소화 데레사 대축일 미사 강론


+ 찬미예수님!


오늘 이 미사는 2013년 광주 대교구 봉헌생활의 날 미사로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선교의 수호성인인 성녀 소화 데레사 대축일을 기념하는 미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 안에서 우리들의 봉헌생활의 의미를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현대의 모든 성인들 중에서 성녀 소화 데레사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열렬한 사랑과 그리스도적 모범자로서 높은 존경을 받고 계신 분도 없을 것입니다. 소화 데레사는 15세에 가르멜 수도원에 들어가 죽을 때까지 그 울타리에서 나온 적 없었지만 「선교지와 선교사들의 수호자」로 선언되었고, 체계적 신학 논문 한 편도 쓴 적 없었지만 「교회 박사」로 선포되었습니다. 또한 데레사는 일반 신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고한 영성이나 엄격한 수덕을 주장하지 아니했고 여느 사람과 별로 다를 바 없이 드러나지 않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24세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현대의 가장 위대한 성인」(성 비오 10세가 담화 중 일컬음)이라 일컬어졌으며 시복, 시성되었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그토록 위대하게 했을까요? 그 비결은 「일상적 일을 비상한 사랑으로」수행한 그녀의 「작은 길」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녀는 지극히 평범한 일과 기회를, 지극한 정성과 사랑으로써 알뜰히 실행하고 이용하여, 그녀의 짧은 일생에서 찬란한 성덕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성녀의 길은 수도자뿐 아니라 평신자라도 누구든지 따를 수 있고, 또 따라야만 할 지극히 평탄하고 안전한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그리스도를 완전히 따르고자 수도 생활의 여정을 걷고 있는 우리들 역시 매일매일 우리에게 주어진 평범한 삶의 시간 안에서 만나는 형제 자매들과의 관계, 사건들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 지 한 번 성찰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그러한 일상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완전한 사랑을 의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봉헌 생활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들의 수도 여정의 목적이면서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라는 말씀을 자신의 삶과 영성 안에서 구현한 성녀가 “소화 데레사”입니다.

소화 데레사 영성의 핵심은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어린이의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관계 가운데 가장 최상의 관계이며 가장 심오한 관계입니다. 그러기에 데레사는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 안에 있는 어린이를 조건 없이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가장 탁월하게 밝혀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소화 데레사 삶 안에서 드러난 어린이 영성의 특징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인 “작은 길”에 대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레사는 어느 날 구약 성서 원문 일부를 기록한 노트를 언니 셀리나 수녀한테 빌려 읽다가 그녀의 

「작은 길」을 발견하게 되는 중대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실마리는 잠언 9장 4절이었다. 『누가 만일 아주 작은 자이거든 나에게로 오라』 어려서부터 언제나 성녀가 되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었으나 초라한 자신의 무력감을 체험하면서 갈등을 겪어오던 데레사의 마음에 순간적으로 「작은」이란 표현이 크게 와서 닿았고 온통 그녀를 설레게 했습니다. 여기서 소화 데레사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불림 받은 것으로 여기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소화 데레사의 자서전에 “작음”에 대한 내용 중에 “승강기”에 대한 유명한 비유가 있습니다.『저를 하늘에까지 들어 올려 줄 승강기는 오 예수님, 당신의 팔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저는 커질 필요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작은 채로 있어야 하고 점점 더 작아져야 합니다』데레사가 깨달은 주요한 진리는 성화에 있어 주도권이 하느님께 있는 것이지 인간 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바로 영적 어린이의 작은 길이 나타납니다. 작은 채로 남아있으면서 자신의 보잘 것 없음을 인정하고 어린아이가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맡기며 아무 걱정도 않듯이 모든 것을 선하신 주님께 내맡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화 데레사가 발견한 “영적인 어린이의 길” 역시 우리의 수도 생활 여정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수덕적인 차원이나 기도 생활에 있어서 자신의 작음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자비에 완전히 신뢰와 의탁하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참된 겸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오늘 제2독서 코린토 1서의 말씀처럼 주님만을 기쁘게하고, 우리의 몸과 맘을 거룩하면서 주님의 일만을 생각하는 자들이 봉헌생활을 하는 우리 수도자의 참된 모습입니다.


"수도자가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성녀 소화 데레사가 생전에 남긴 이 말은 봉헌생활이 교회 안에서 갖는 중요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사도적 권고에서 “교회는 결코 봉헌생활을 포기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부인 교회의 가장 깊은 내면적 본질을 웅변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표명한 바 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를 완전히 따르고자 수도생활의 여정을 걸어가는 우리들은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 안에서 우리들의 수도생활의 가치를 재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소화 데레사의 삶과 영성 안에 들어난 “일상 안에서 비범한 가치”와 자신의 무능력함을 알고 하느님 자비에 완전히 신뢰와 의탁을 둔 “영적 어린이의 길”을 우리들의 삶의 자리에 가져온다면, 수도생활의 참된 기쁨을 맛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소화 데레사의 시 중에서 “오늘의 나의 노래”에 일부를 여러분들께 소개하면서 강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생명은 한 순간이요,

흘러가는 한 시각이로다.

나의 생명은 일각이요,

나를 피해 도망가는도다

또한 나의 하느님,

당신은 아시나이까?

이 땅에서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내게는 오늘 하루밖에 없음을!

오! 예수여,

나는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당신을 향하여 내 영혼은 갈망하나이다.

감미로운 나의 의탁이시여,

오늘 하루뿐이오니

내 마음에 왕 하시러 오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