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인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희훈

 

 

아이들아, 춥지?
나와야 한다 철문을 열고, 제발, 나와야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고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이 기다리는
학교로 돌아가 다시 떠들어야한다

아이들아, 외롭지?
나와야 한다 철문을 열고, 제발, 나와야한다
소리 내어 흐르는 강가에서
흐드러진 꽃들이며
연둣빛이 돋아난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 실컷 다시 돌아다녀야 한다

아이들아, 무섭지?
나와야 한다 철문을 열고, 제발, 나와야한다
수능이 아무리 힘들고
야자가 아무리 괴롭히고
0교시가 아무리 너희의 마음을 짓눌러도
소란스럽던 우리들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잠시 지나가는 우리들의 시련일거야
어딘가 잘못된 어른들의 잘못일거야
어둠이 지나면 밝은 아침이 오듯이
누군가 너희들이 있는 철문을 열고 불빛을 곧 비출거야
조금만, 조금만 더 엄마 얼굴 기억하며 기다려야한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그저 미안하다
안개 속에서 출발한 일도,
기다리라는 방송만 반복한 일도,
한없이 늦어지기만 하는 구조대의 출발도
그저 미안하다

아이들아, 네모난 흑백 사진 속으로 들어가면 안 돼
차마 초를 켜지 못하고
아직 향을 피우지 못하는 아빠를 생각해서라도
결코 누워서는 안 돼
아이들아, 철문을 열고 나와라. 어서.


*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이들의 안식을 위해, 그리고 실종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댓글로 함께해주세요.
 

 
 

김유철 (스테파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한국작가회의 시인, 경남민예총 부회장. 저서 <그대였나요>, <그림자숨소리>,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